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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저는 6급으로의 승진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물론 카지노에 빠지면서 주춤하기는 했지만, 동기들보다도 훨씬 성과가 탁월했고, 조직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니, 

저의 6급 승진은 거의 당연하다는 생각이 컸고, 오히려 5급 승진을 언제 하느냐가 관심사였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인사과에 있던 동기 분이 조용히 보자고 하셨습니다.

"왜? 무슨 일이 있나?"

"음... 검찰청에서 이런 것이 왔는데, 네 신상에 관한 것."

"..."

"법률 위반 공무원 수사 결과 통지서"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기소유예’로 형을 면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도 죄는 인정된 것이니 이런 공문이 우리 부처로 날아온 것입니다. 

사실 과거에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공무원 신분을 숨길 경우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전산화된 후에는 공무원이 경찰 조사를 받거나 형사상 처벌을 받을 경우 곧바로 소속 기관에 통보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부처로 저의 처분 기록이 통보되었고, 저는 이 일로 인해 ‘공무원 품위 손상’으로 ‘견책’의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견책’의 징계는 공무원을 그만 두어야 하는 무거운 징계는 아니지만, 6급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던 저에게는 무척 치명적이었고, 

이로 인해 동기들과 선배 기수보다도 앞서나갔던 저는 어마어마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물론 어찌어찌해서 6급 승진까지는 하였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나빠진 저의 평판은 저의 공직생활에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전폭적으로 믿어주시며 초짜 공무원에게 장관님 해외 출장 수행까지 추천하시던 과장님도 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으셨고, 

저를 선망하던 동료들의 눈빛도 예전과 다르게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성장해 나갈 꿈을 포기한 후 어느 지방 도시로 쫓겨나듯 전출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반짝이던 아이디어로 국가 정책을 만들어가던 젊은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지방 도시 변두리 지역의 주민센터와 복지 시설을 오가며 힘없이 일하는 날개 꺾인 독수리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지방 도시 주민센터와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절대 폄훼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그 당시의 징계 기록은 말소가 되어 신분상으로는 깨끗해졌지만, 아직까지도 5급 승진 심사 과정에서 계속 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앞날이 창창했던 저는 그때 이렇게 고꾸라지고, 저보다 뒤처졌던 동기들은 이미 모두 승진하여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걸 보면, 카지노에 빠져 지냈던 그 몇 년 안되는 시간이 참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미래도 잃어버린 저.

강원랜드 머신에서 쏟아진 2700개의 5백원짜리 동전과 마카오 샌즈 카지노에서 다이사이로 얻은 20,000불의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 일로 인해 도박을 완전히 끊었을까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고 삶이 휘청거렸지만, 카지노에서 카드를 까고 주사위가 돌아가고 구슬이 박히던 그 짜릿함과 달콤함은 결코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게임을 해야 이길 수 있을까요?

저는 몇 년 전부터 한게임 포커에서의 카지노를 즐겨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한게임 포커는 불법이 아니었고, 현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카지노 예행연습으로는 적당했습니다.

사이트에서 바카라를 하며 플레이어 줄도 타보고, 뱅커 줄도 타보고, 플뱅플뱅 줄도 타보면서 10억, 20억까지 따다가도 한순간에 부러지면서 오링 되는 경험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마틴 베팅을 할 때도 있었고, 10만~10만~10만 배팅하다가 찬스 배팅이라는 직감이 오면 1백만이나 1천만으로 금액을 올렸다가 먹기도 하며 10억, 20억까지 올라가다가도 갑자기 한순간에 꺾이면서 오링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바카라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든 뱅커든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으로 계속 배팅을 하다보면 게임은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만원-10만원-10만원씩 계속 배팅하면 50% 내외의 승률을 감안하면 하루 종일 게임을 하더라도 100만원 이상 따기도 힘들고, 잃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AI는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탐욕이라는 기본적인 본능을 가진 인간은 절대 그렇게 못합니다.

카지노는 그런 인간의 본능을 교묘하게 자극하며 그들이 가진 재산을 빨아들입니다.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카지노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카지노로 발을 내딴 순간 지옥의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