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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지노 인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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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200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5-03-28 16:55



매번 시계가 일요일 9시를 가리킬 때, 

나는 한 시간의 여유밖에 없었기에 풀 베팅을 시작했다. 

따면 5천 불에서 만 불, 지면 2만 불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한 번 질 때마다 내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다음에는 3만 불, 그다음에는 5만 불까지도 가지고 나갔다. 

이 돈이 어떻게 마련된 돈인데. 이미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그럴수록 더 절실해졌다. 

그때는 카지노만이 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대략 8천만 원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미소 짓던 카지노 귀신은 이제 비웃음만을 보낼 뿐이었다. 1~2만 불을 따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게는 몇 개의 시한폭탄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중 하나라도 터지면 연쇄 폭발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2만 불은 돈 같지도 않았다. 

가끔 5만 불을 베팅하기도 했다. 내가 재벌 2세도 아니면서. 카지노 주변에서는 나를 서서히 돈질하는 미친놈으로 보는 듯했다.


얼마를 잃었는지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계산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이제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없었다. 

온갖 잔머리를 굴려봐도 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아, 천 불만 있어도 날아갈 텐데. 차도 이미 팔았다. 

집도 팔고 전세로 옮겼다. 또 이사를 가자고 하면 모든 게 들통날 것 같았다. 내가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아무도 모르게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아직 누구도 내가 카지노에 드나드는 사실을 모른다. 

혼자 매일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지만, 앞이 캄캄했다. 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지워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냥 눈물이 났다.


대학교 동창들과 10년 동안 모았던 계좌의 돈이 생각났다.


 "이거 쓰고 따서 바로 챙겨 넣자" 이렇게 생각하고 약 4천만 원의 돈을 준비했다.

 단 한 번도 이 돈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지도 않고. 결과는 참담했다. 


모든 것을 날렸다. 


아무리 이겨도 일어설 수 없는 나는 이미 처음부터 패배자였던 것이다. 친구들의 돈은 어떻게든 다시 채워 넣어야 했다.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퇴직금, 그리고 솔직한 고백이었다.


회사에 퇴직금 정산을 부탁했다. 

약 3천만 원 정도가 나왔다. 아무 일도 없는 상태였다면 엄청 큰돈이지만, 내게는 그저 칩 몇 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천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다 잃어도 친구들은 잃을 수 없다. 난 또 한 번 무모한 도전을 선택했다. 

3천만 원으로 천만 원을 만들어서 돌아오겠다고. 이미 정해진 답이었다. 

이젠 정말 빈털터리다. 남은 건 전세금 8천만 원. (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는데. 지금 멈춰도 늦지 않았어…….) 

현재의 때늦은 후회다. 

이 8천만 원 역시 카지노 칩 박스에 고스란히 헌금했다.


모든 것을 잃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보자고 하신다. 

그것도 집 밖에서. 아버지께서는 서류 뭉치를 꺼내셨다. 

은행 빚 서류들이었다. 카드 빚까지 합치니 거의 3억 원이 넘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셨다. 

고개만 숙이고 눈물만 흘렸다. 여자라도 생겼느냐고 물으셨다.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그럼 도박이겠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빚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자, 나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제껏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걱정을 끼친 적이 없었던 나였기에 아버지의 실망감과 당혹감은 얼마나 크셨을까 생각하니 죄스러웠다.


"이게 전부냐?" 하고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헉, 해결해 주시려는 걸까? 


터무니없는 기대감을 품고 "네"라고 다시 한번 거짓말을 했다. 

사실 그것 말고도 몇 건 더, 그리고 친구들 빚과 계돈까지 합치면 2억 원 정도는 더 남았는데……. 

차마 그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들어가시며 식구들에게 티 내지 말고 씻고 자라고 하셨다.


몇 주 후, 아버지께서는 은행 빚을 정리하셨다. 

남에게 단 1원 한 푼 구걸하지 않으셨던 분이 60년 넘게 함께한 죽마고우에게 빚을 내셨던 것이다. 

나는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빚은 어떻게 해야 하나.


친구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카지노에 다닌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과했다. 

친구들은 모두 너무나 놀라워했다. 


"어떻게 네가 카지노를……." 


다들 안타까워하며 돈보다는 나를 더 걱정해주었다.

 몇몇 친구는 나머지 은행 빚까지 해결해 주었다. 

이미 큰 금액을 연체한 터라 신용불량자가 되어 이젠 카드고 뭐고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나는 정말 복 받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수도 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직장을 옮겼다. 남들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를 받았지만, 그 정도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아쉬움 없이 사표를 제출했다. 

끝까지 나를 말리는 사장님과 전무님께 그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 꿇어 사과를 드렸다. 사장님과 전무님은 규정에도 없는 퇴직금을 챙겨주셨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며 나를 격려해주셨다.


새 직장은 연봉 계약을 하고 들어갔다. 

일부러 인센티브 조항을 넣어 연봉은 평범했지만, 실적에 따른 보상을 확실히 받기로 하고 입사했다. 

낯선 분야였지만, 이동통신 관련 부품 회사라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해서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과연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후에는 

어느 정도 이 바닥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세일즈맨이 되어 있었다. 

처음 6개월 동안은 낯선 전자 관련 용어와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까지 공부한 덕분에, 

전자공학을 전공한 동료 직원들이 내게 물어볼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지난 10년, 내가 저질렀던 모든 실수에 대해서 생각, 후회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일했다. 

하루에 대전, 구미, 창원을 도는 것은 기본이었다. 

최소 7~8개의 연구소와 업체를 돌며 머리가 하얗게 세는 줄도 모를 정도로 전력을 다했다. 

외국 바이어들과만 거래하다 국내 거래를 하다 보니 아니꼬운 일도 수도 없이 많았다. 

몇 번이나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1년이 지나 연말 인센티브를 받고 나니 거의 6천만 원 정도를 벌었다. 

지금까지 받은 모든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했기에 연말에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의 빚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 기뻤다. 이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자. 다음 해에도 나는 변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단 한순간도 카지노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 을 하는 재미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재미로 힘든 일이었지만,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프랑스 본사에서도 연봉을 더 많이 책정해 주었다. 인센티브 조건도 만족스러웠다.


삐삐(무선호출기) 시대가 완전히 저물고, 셀룰러폰과 PCS폰이 뜨기 시작했다. 

이제껏 쏟아부은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앉아서 주문을 받을 정도였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을 더 잘 챙겨야 한다. 더욱 성실하게 고객들을 대했다. 

막 시작하는 벤처기업에도 모두가 외면했지만, 나는 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영업했다. 

내 직속으로 연봉 4천만 원짜리 영업 직원 4명을 둘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다. 

발이 10개라도 혼자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을 두면서 실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나는 이제 가끔 얼굴만 비추고 애로사항만 들어주면서 영업보다는 관리에 더 치중하는 위치가 되었다. 

프랑스와 동유럽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 해, 고한에 내국인 카지노가 생긴 것이다. 

카지노가 생겼다는 소식에도 나는 큰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와는 다시는 상관없는 곳이야'라고 생각했다. 그 해 연말이 되었다.

 인센티브를 계산해보니 정말 놀라웠다. 순수 인센티브만 1억 원이 넘었고, 거의 2억 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아, 내가 해낸 것이다! 


그 해 종무식은 여의도 모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직원들과 파티를 하고, 다음 해 연봉 계약도 마쳤다.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이것이 카지노 귀신의 부름이었을까. 

지금 누가 "왜?"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종무식 후 갑자기 고한의 강원랜드 개장 소식이 떠올랐고, 

새해 연휴는 거기서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곧바로 차를 몰아 고한으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엄청 헤맸다. 주천으로 들어가 고갯길을 넘고, 물어물어 카지노를 향했다. 

이제껏 2년간의 노력, 그리고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카지노 때문에 모두 버려야 했던 일, 아버지의 슬픔, 친구들의 도움, 

이 모든 것을 나는 단 몇 초 만에 다 지워버리고 그렇게 고한으로 향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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