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카지노 인생 5 (마지막 화)

앞으로 1년을 더 버텨야 한다..
당장 운영비 압박이 심하다.
이사회는 매번 싸움으로 끝난다. 이런 상황을 몇 달이나 버텨왔다.
사무실은 층을 임대해 쓰던 것에서 100평짜리로 줄였고, 직원도 10여 명으로 감축했다.
최소 인원만 남기고 움츠러든 것이다.
그동안 브로커를 뒷조사했는데, 결국 사기였다.
이제 희망마저 사라졌다. 하지만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다.
브로커에게 들어간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그의 회사를 찾아가 여러 차례 공갈, 협박, 회유를 시도했다.
다른 프로젝트도 검토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사들을 동원해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았다.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주지 못한 지도 여러 달이다. 사무실 임대료도 몇 달이나 밀렸다.
직원들 월급만은 어떻게든 챙기려고 매달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그러나 브로커 상환금은 한 달에 몇천만 원씩 들어와도,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통보는 다시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모두가 돌아간 사무실에 혼자 앉아 법인 통장을 정리해보니 약 7천만 원이 남아 있었다.
이마저도 월말이면 모두 지출될 돈이다.
결국 다시 깡통을 찬 셈이다. 급한 상환 요구 1억 원과 밀린 임대료, 공과금의 절반이라도 해결하려면 5천만 원이 더 필요하다.
방법은 하나, 카지노였다.
앉아서 망하나 가서 잃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카지노에 가기로 결심했다.
마침 사북에 큰 카지노가 생겼다니 지난번보단 낫겠지 싶어 밤새 차를 몰고 갔다.
새벽에 도착해 3~4시간 만에 몇백만 원을 땄다. 바로 차를 몰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오후에 다시 카지노로 향했고, 또 몇백만 원을 땄다. 다시 차를 끌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런 생활을 한 달 동안 이어갔다. 질 때도 있었지만, 이기는 날이 더 많았다.
덕분에 밀린 임대료와 공과금을 일부 처리할 수 있었다. 월말 결제에 필요한 돈도 간신히 마련했다.
그렇게 또 한 달을 겨우 넘길 수 있었다.
나는 철인이 아니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도저히 운전할 힘조차 없어 강원랜드 리무진을 회사 앞에 대기시켜 놓고, 회사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강원랜드로 향했다.
이런 생활이 몇 달이나 이어졌다. 브로커 자금은 아직 4분의 1도 회수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에게는 매일 핑계를 대며 상환을 미뤘다. 직원들은 내가 뭘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들에게는 월급이 밀리지 않고 나오는 게 전부였다. 이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사 자금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망해도 대표인 내가 책임지기에 자신들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드디어 일이 터졌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수술 직전, 통증 속에서도 의사에게 수술을 미룰 수 없는지 물었다.
지금 수술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하며 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의사는 4~50일 입원을 권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코에는 호스를 꽂고, 소변 주머니를 찬 채로 투자자들의 독촉을 받아야 했다.
의사의 만류에도 20여 일 만에 퇴원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통장을 확인하니 5천만 원 정도 남아 있었다.
투자자에게 전화해 시간을 벌어보려 했지만,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다시 리무진을 불러 카지노로 향했다.
배에는 아직 실밥도 아물지 않았는데..
결국..
모든 것을 잃었다..
회사에 연락도 하지 않고 사북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다.
돈도 없었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 연락하니 이사들이 공금 횡령을 주장하며 돈을 채워 넣으라고 했다.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횡령 사실을 인정하고 돈을 갚겠다고 한 뒤,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막노동도 하고 배달 일도 했다. 재워주고 먹여주고 돈을 조금이라도 주는 일이라면 범죄가 아닌 이상 뭐든 했다.
집과 회사 모두와 연락을 끊었다. 스스로 해결책을 없애고 도망친 것이다.
거의 5개월을 헤매던 지난 1월, 불심검문에 걸렸다. 이미 기소되었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기소중지 상태였던 것이다.
설마 했는데, 회사 이사들이 나를 고소한 것이었다. 유치장에서 일주일간 조사를 받으며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수사관은 나를 어리석다고 질책하면서도 안타까워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를 구할 수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합의뿐이었다.
아버지와 아내가 경찰 연락을 받고 유치장에 왔다. 플라스틱 유리창 너머로 본 그들의 얼굴은 나보다 더 초라해 보였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아버지는 합의하려면 집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께 "제가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그 집은 아버지 재산이니 제가 죽어도 손댈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역시 "나머지 식구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아비가 못나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며 돌아섰다.
등 돌린 아버지에게 속으로 "정말 죄송합니다"를 수없이 되뇌었다.
유치장 담당 형사가 아버지가 가시면서 30만 원과 먹을 것을 두고 갔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돌로 쳐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라고 자책했다.
구치소로 옮겨 3개월 동안 수없이 참회하고 반성했다.
고소인들에게 매일 편지를 썼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나의 지난 삶을 아는 사람들이라 결국 돈을 포기하고 합의해 주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가족과 빚, 그리고 전과자라는 오명뿐이다. 이미 두 회사는 경영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 절대 잊지 않으리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한 번에 모든 것을 얻겠다는 일확천금의 꿈은 꾸지 않으리라.
내가 땀 흘려 벌지 않은 것은 결코 내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살자.
모든 것을 잃고 두 번이나 재기했던가?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카지노 없는 세상, 도박 없는 세상에서.
나는 인간이기에 실수했고, 인간이기에 용서받았다. 인간이기에 모진 인생을 다시 한번 멋지게 살아보려 한다.
지금 절망에 빠져 카지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 문은 절대 아니다. 더 깊이 빠지기 전에 나오십시오. 내일, 다음에는… 하며 미련을 갖지 마십시오.
끝을 보지 못하는 당신에게는 나와 같은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인생은 아직 깁니다.
더 이상 오점을 남기지 말고 과감하게 벗어나십시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 있습니다. 나와 같이 이 멋진 세상을 다시 한번 건강하게 살아갑시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내 곁에는 아직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50억을 날린 경찰서장도, 지금 5만 원을 잃은 누군가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른 길을 찾아서, 빛이 있는 그곳으로 나아가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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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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