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앵벌이 이야기 3

두 달 전쯤 박사장님께서 리스보아 5층으로 오라고 호출하셨습니다..
리스보아는 2층이 일반 카지노고, 그 위부터는 개별 룸처럼 되어 있어 주로 VIP들만 들어갑니다.
요즘은 앞에 윈 카지노가 생기고, 그 뒤에 엠지엠 그랜드, 앞옆에 갤러시 스타월드, 그리고 베네시안과 샌즈 때문에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리스보아도 뒤에 그랜드 리스보아라고 어마어마한 카지노와 호텔을 지어놨는데, 그래도 전통 부자들은 아직도 리스보아를 선호합니다.
그만큼 익숙하다고나 할까요. 사실 리스보아가 예전같진 않습니다.
베네시안샌즈 그룹이 들어오면서 하이롤러들을 데리고 있는 브로커들 수수료를 대폭 상향시켜 줬기 때문에 요즘 하이롤러들은 대부분 라스베가스 계열 카지노로 많이 옮겼습니다.
아무래도 호텔도 최신식으로 서비스도 틀리니까요.
사실 스탠리 호 산하의 SJM 계열들은 30년간 마카오 카지노를 독점으로 하다싶이 해서 직원들이 건방집니다.
서비스 마인드라고는 하나도 없고,
"우리 카지노 아니면 어디 갈 데 있냐? 뛰어봤자 우리 계열이다" 하는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어서 서비스가 개판이었습니다.
그래서 홍콩 부자들 중에서는 마카오에 안 오고 라스베가스로 직접 뛰는 롤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박사장님 호출에 그날따라 옷을 제대로 갖춰 입었습니다.
평소에도 옷은 잘 입는 편이긴 하지만 박사장님 호출 때는 아무래도 VIP 룸으로 가니까 좀 더 신경써서 입는 거죠.
아르마니 양복에 에르메스 구두 신었고, 갖고 있는 악세사리는 다 걸쳤습니다.
심지어 머니클립까지. 비록 병정이지만 박사장님이 데리고 오는 여자애들한테 위축되기도 싫고, 나름대로 앵벌이지만 그냥 앵벌이는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리스보아 5층으로 가보니 아직 게임이 시작이 안 됐더라고요.
졸라게 야한 여자를 끼고 있는 일본인이 한 명 있었고, 여자는 긴자에서 좀 놀은 것 같은 마담으로 보이더라고요.
저런 치들은 베팅액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기 돈들도 아니고, 그냥 놔두면 법인세 나가는 회사 돈 들고와서 베팅하는 부류들이죠.
그리고 중국 부자 두어 명밖에 없었습니다. 박사장도 있었고, 머리 수를 맞추고 시작하자고 했나봅니다.
바카라는 뱅커와 플레이어 간의 디퍼런스가 있어서 어느 정도 머리 수를 맞추지 못하는 하이롤러 게임은 카지노가 게임을 진행시킬 수가 없습니다.
사람 수가 되어야 뱅커, 플레이어 골고루 베팅하면서 뱅커에게서 5% 커미션을 받는데, 사람 수가 적어서 어느 한쪽으로 몰리면 게임이 성사가 안 되거든요.
그렇다고 하이롤러들 모아놓은 자리에서 베팅액 줄이라고 하면 카지노 망신이고요.
가끔씩은 카지노에서 포지션 플레이어들을 동원하는 수가 있는데, 그건 진짜 큰 판이 벌어졌을 때 이야기죠.
그리고 포지션 플레이어들 데려왔다 하면 그 판은 이미 카지노가 수십억 이상 박살났을 때입니다.
그래서 그거 회수하려고 내보내는 거죠. 그래도 운빨을 따를 수는 없어서 아무리 귀신 같은 포지션 플레이어들 서너 명 데려다 놔도 운빨 좋은 롤러들은 거기서 더 많이 따가는 수도 있습니다.
거의 포지션 애들이 이기지만 말이죠.
일곱 명 꼭지 맞춰서 게임이 시작 됐는데, 역시 하이롤러들은 베팅도 멋집니다.
우리 같은 앵벌이들은 제일 크게 보는 칩이 1만불짜리 칩인데, 여기서는 둥근 칩은 구경하기 힘듭니다.
신용카드 두 개 정도보다 약간 큰 네모난 사각칩이 있습니다. 이게 하나에 10만불짜리인데, 우리 돈으로 1,300만원입니다.
이걸 하나씩 베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보통 열 개씩 투명 테이프로 둘둘 말아서 베팅합니다.
또 그렇게 만 것을 한 뭉치만 베팅하는 게 아니고, 적을 때는 한 개만 하지만 그걸 서너 개, 많으면 높다랗게 쌓아서 베팅합니다.
그냥 한 판에 최저 1억 3천, 많으면 26억이나 그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플레이어가 일곱인데 옆에서 시중들고 일하는 사람이 열 댓 명 되는 거 보면 대충 알겠죠.
차 주는 서비스도 질적으로 다르고, 돈이 필요하면 카지노 뱅커가 가져오는 서류에 사인만 하면 됩니다.
박사장도 네모난 칩 수십 개 들고 시작을 했는데, 시작부터 잘 풀리더라고요. 박사장은 5% 커미션 주는 거 싫어서 플레이어에 주로 베팅하는 편이고, 뱅커 타임이다 싶으면 베팅을 자제하고 참는 편이죠.
어쨌든 시작하자마자 꽤 많이 땄습니다. 제가 옆에서 병정을 잘해서 그런 것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게 게임하기를 한 삼십 분 지났을까요? 뚱뚱한 중국인이 다른 중국인 두 사람들 데리고 들어오는데, 다들 인사를 하더라고요.
누군가 봤더니 홍금보였습니다.
홍금보는 박사장 건너편 쪽에 앉아서 바로 게임 시작하는데, 베팅 시원시원하게 하더라고요.
둘둘만 사각칩 뭉치를 덥석덥석 집어서 밀어넣더라고요. 어고, 그거 한 뭉치만 있어도 제가 여기서 앵벌이짓 그만하고 서울로 돌아갈 텐데 말이죠.
잠깐 눈물 좀 닦자고요..
그런데 바쁜 모양인지 게임한지 불과 이십 분도 안 됐는데 남은 칩 정리하라고 시키더니 금방 가버리던데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십 분 사이에 13억은 딴 것 같던데요. 덕분에 박사장이 이십 분 동안 쪽 팔렸죠.
박사장이 데려온 애는 선수인데, 애가 바카라는 잘 모르는지 섯다하고 헷갈려 하더라고요.
한 장 더 받아야 되는 타임에서 "사장님 이겼어요!" 해서 초를 치지 않나, 플레이어 내츄럴 8에서 뱅커 내츄럴 9로 졌는데도 나이스를 외치지 않나,
하여간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옆에서 떠들어 대는데 제가 쫑코 주고 "모르면 저 옆에 가서 차나 좀 마시고 있으라고" 한마디 하니까
냅다 박사장한테 가서 껴안고 안마하고 별 난리를 다 치더만요.
똘끼 열라 많게 생겨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날 박사장은 몇 억 건지고 저한테 만불짜리 칩 네 개 주시더라고요.
이쯤 읽으면 째째하게 사만불이 뭐냐고 할지 모르지만, 앵벌이들 중에서는 사천불 아니 사백불만 받아도 감사하게 병정설 놈들 많습니다.
제가 그거 갖고 투덜거리면 다시는 저를 부르시지 않겠죠.
그리고 우리 박사장은 잃어도 최소 칩 한 개는 챙겨 주시니까 제가 투덜거릴 군번은 아니죠.
보통 박사장은 저랑 저녁을 같이 하지는 않는데, 그날은 리스보아 1층 일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하시더라고요.
돌아이 같은 년 때문에 같이 가기가 싫었지만.. 보스께서 가시자는데 가야지요.
데판야끼 먹으면서 이야기 하는데 이 똘끼 년이 자꾸 뭐 사러 가자는 둥 앙탈을 부리는 거에요.
지금까지 데려왔던 애들은 다 분위기 있고 조용했는데 이 년은 완전 호구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사달라는 거 열라 많더라고요.
제가 박사장이었으면 열라 패고 홍콩가는 페리 태웠을 텐데요.. 아무튼
다음은 윈의 캐러비안 스터드 포카에서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잡은 중국 아줌마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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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에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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