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앵벌이 이야기 6

"동대문 식당"은 마카오에서 유일한 한국식당입니다..
랜드마크 호텔 건너편에 있어서 신트라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간판을 보게 되죠.
보통 한 지역에 단 하나뿐인 식당은 맛이 형편없거나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동대문 식당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은 식당의 가장 기본인 ‘맛’에 아주 충실하거든요.
특히 이곳의 양념갈비는 정말 훌륭합니다.
가격은 1인분에 100달러 선인데, 양도 적당하고 기름이 잘 배어 있어서 아주 맛있습니다.
기본 반찬도 든든하게 나오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75달러짜리 육개장도 정말 맛있고, 부대찌개도 추천할 만합니다.
파전과 김치전도 한국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울 만큼 맛이 좋습니다.
그런데 최근 소문을 들으니, 이곳을 운영하던 한국인 부부가 중국인 직원들에게 식당을 넘겼다고 하더군요.
원래 두 개의 점포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한 곳으로 줄었고, 한국인 부부의 얼굴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김진명의 소설 『도박사』에도 동대문 식당이 등장하는데, 이곳은 앵벌이들(구걸하는 사람들)이나 한국인 노름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돈을 따면 딴 대로, 잃으면 잃은 대로 이곳에 와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떠들고는 하죠. 또, 환치기(불법 환전)를 알선해 주고, 비행기 표도 구해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카오에는 환치기 업자가 약 200명 정도 있고, 롤링(카지노에서 일정 금액을 사용하고 일정 비율을 돌려받는 방식) 조직도 수십 곳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재작년 11월, 이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마카오에서 활동하는 한국 폭력 조직의 두목 이○주가 연루된 사건이었죠. 이○주는 현재 마흔여섯 살 정도로, 광주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주와 부동산업을 하던 배 모 사장이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이○주의 동생들이 배 사장의 허벅지를 세 번, 그리고 중요 부위에 한 번을 찔렀습니다.
나중에 이○주의 동생들 말로는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칼이 하필이면 치명적인 부위를 찌르게 되어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하더군요.
마카오는 원래 무법천지와 같은 도시였습니다.
과거에는 화려한 무역업이 존재했지만, 오래전에 홍콩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도시 발전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인구도 45만 명밖에 되지 않았죠.
과거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조차지였기 때문에 중국 본토의 직접적인 간섭이 없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스탠리 호에게 카지노 독점권을 부여하면서 겨우 먹고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치안과 사법 기능은 포르투갈 시스템을 따랐기에 효과적으로 통제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홍콩 삼합회 조직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대낮에 총으로 살해하고, 조직 내부에서도 기관총을 난사하며 서로를 제거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리스보아 호텔 앞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상대 조직 간부들에게 총을 난사하는가 하면, 토막살인이나 폭탄 테러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인구 45만 명 중 폭력 조직원이 1만 명에 이를 정도였으니,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조차 위험했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껴야 했죠.
그러나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반환되고, 1999년 마카오가 반환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죠. 홍콩이 반환되자마자 삼합회 간부 네 명을 공개 처형했고, 마카오 반환 직후에는 무장한 인민해방군 6천 명을 마카오에 주둔시켰습니다.
이후 마카오에서는 본보기로 삼합회 조직원 몇 명을 체포하여 중국 본토 주하이시로 데려가 공개 처형했고, 이에 겁을 먹은 삼합회 조직원 1만 명이 순식간에 마카오를 떠났습니다.
경찰과는 싸워도 인민해방군과는 싸울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 결과, 반환 전에는 매일 총격전이 벌어졌던 거리가 지금은 매우 안전한 관광지로 바뀌었습니다.
주둔 중인 인민해방군 병력은 1천 명으로 줄었고, 대신 경찰 인원이 배로 증가해 곧 1만 명 가까이 될 예정입니다.
현재 마카오에서는 깡패나 조직 폭력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좋아졌습니다.
중국인들은 원래 무례한 태도로 유명한데, 마카오에서는 본토 사람들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예의 바른 편입니다.
마카오 반환 이후 단 한 건의 총격전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한국 조직원이 사람을 칼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당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황당했을 겁니다.
이○주는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려났습니다. 이○주는 마카오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워 현재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그의 동생들은 홍콩과 중국으로 도피했지만, 결국 한 명이 붙잡혔고,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는 바람에 처벌을 받았다고 하네요.
홍콩 삼합회가 철수하자, 한국 폭력 조직이 마카오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마카오행 직항 항공편도 많아졌고, 카지노도 계속해서 생기면서 더 많은 조직이 마카오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동대문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 조직폭력배들이 눈에 띄곤 합니다.
한국에서나 볼 법한 ‘어깨 인사’를 여기서도 하고 있더군요. 마카오는 이제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조금 창피하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일이 커지면, 중국 당국이 이들을 체포해 주하이로 끌고 가 공개 처형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더욱이 이들은 국제 감각이 부족한지, 총기로 무장하는 조직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칼에 청테이프를 감아 들고 다니더군요.
차라리 조직폭력배로서 활동하려면, 총이라도 하나씩 들고 다니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저도 좀 쉬어야겠습니다..
다음은 스타월드 호텔에서 만난 양아치 한국 청년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정말 살면서 그렇게 싸가지 없는 놈은 처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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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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